사고로 장애를 얻은 선영은 변호사를 꿈꾸는 수험생이다. 그의 아버지는 요양원에 있고, 어머니는 고된 노동에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형은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 얼핏 세상의 불행을 모두 끌어안은듯 보이는 선영의 이야기를, 고한벌 감독의 카메라는 묵묵히 따라간다. 영화에 담긴 2~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선영은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시험을 응시하고, 요양원에 찾아가고, 스승의 날에 은사님을 만나러 간다. 선영이 보내는 하루하루는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언가로 영화에서 다뤄진다.
어떤 면에서, 영화는 선영이 경험했을 법한 어려움들을 영화 안에 담아내지 않는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그는 어떻게 운전석에 앉는가?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국가고시에 응시하는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또 무엇인가? 기초생활수급자로서의 고충은 무엇인가? 영화는 이러한 질문 혹은 의제 하나하나를 깊이 파고들지 않으며, 선영과 그의 가족이 마주한 상황의 디테일을 보여주고자 하지 않는다.
다만 돌봄의 수혜자이자 돌봄의 제공자이며, 부양자이면서 피부양자이고, 보통의 사회인이면서 장애인이란 정체성을 갖고 있는 선영의 하루하루를 스케치하듯 그려낸다. 그리하여 <가끔은 여정이 아름답기도 하다>는 장애인 이동권이나 기초생활수급제도 등의 의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에도 그러한 의제에 관한 논의들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게끔 한다. 생활의 아름다움, 그로 인해 촉발되는 연대감, 이 영화는 그러한 우회로를 통해 선영과의 연대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