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내렸다. 그칠 것 같았는데 소나기는 이내 잔잔한 여름비로 변하였다. 운동장 사열대에 모인 아이들이 큰 소리로 날 불렀다. 모습을 보니 옷이 다 젖어 있었다. 그런데도 자랑이나 하는 듯 홀딱 젖은 모습을 보여준다. 수업이 끝난지 꽤 오래인데 집에 가지 않고 비를 맞고 있었을 아이들을 상상하였다. 아이들이 그 어떤 시간보다 그 시간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친구들 사이에서 섞여 오늘을 보내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씻어야지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누군가는 말을 들을 것이지만 나조차도 반드시 그래라라는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그 자체로 그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빗방울과 함께 흘러내렸다.
어느새 교직생활도 19년 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많은 아이들은 밀물처럼 교실에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모든 아이들이 소중했지만 어떤 친구는 문득 궁금하기도 하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만큼, 아이들도 마음을 썼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을까? 하지만 언제부터 욕심을 내려놓은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안간힘을 쓴다고 해서 아이들의 변화를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사회와 타협하고 어느 정도 부모와 학생, 나의 안전을 고려하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찾아온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해 보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최선에 다가가려 한다. 올해는 특별히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많다. 13명의 아이들은 대부분 온전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없었거나 그 존재가 있다고 해도 함께 살아가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정에 굶주린 아이들은 조금만 관심을 주어도 온몸으로 그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는 그런 아이들의 태도가 두렵기도 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보다 더 큰 무게감이 그들에게서 느껴질 때 혼란스럽기도 한데 분명한 것은 어른인 나조차 그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들의 편에서 느끼고 행동하려고 노력해 본다. 그리고 그들이 경험하고 바라보는 세계가 무한함을 보여주고 싶다. 문득 하늘 위를 바라봤을 때 생경한 풍경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 매번 다를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으면.
아이들이 어딘가에 매달려 있거나 앉아 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울창한 나무가 있는 산과 개천이 놓여있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가을을 지나고 있어 보였다. 난 이 한 장의 스틸컷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목 또한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는데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이라니, 근래의 한국 영화 작명 중에 아마도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아이들의 사소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시콜콜한 교실 안과 밖의 풍경에 기대어 있다. 거기에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아이들은 이미 다 큰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유치하기 그지없다. 담임선생님의 험담, 그와 보건 선생님의 로맨스, 새로 산 아빠의 휴대폰과 케이스에 대해 말하고 심장이 약했다는 친구의 말을 믿지 못한다. 긴 여정의 6학년 생활은 모내기 체험과 야영, 캠프파이어, 친구 집에 놀러 가기 등으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은 그 시절에 맞게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짝꿍 정하는 일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젊은 선생님과 감정싸움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와 촬영자에게 솔직한 질문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감흥을 주는 것은 이렇게 아이들의 눈에 봐도 지극히 평범한 장면들이 하나의 서사가 되어 영화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장면과 장면을 더 깊숙하게 다가가 담아내는 끈기가 연출자에게서 느껴지며 카메라는 무대에 있지 않고 넌지시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것은 무대 위의 주인공이 아이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려 깊은 연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작품을 연출한 고한벌 감독이 실제로 초등 교사 출신이고 아이들의 학교인 제천 덕산초등학교에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의 유대가 있기 때문에 작품은 여러겹을 만들어 내고 다른 그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향해 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닿는. [출처] 영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아이들은 몇 번의 다른 하늘을 보게 될까? ★★★☆|작성자 카네프스키
교사의 눈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면 아주 즐거운 작품이 아닐 수 있다.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아이들의 모습이나 선생님, 교실의 모습이 오히려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감독이 아이들을 향하는 마음을 읽어낸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생각했던 순수한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하늘, 그리고 그 하늘에서 무수히 보게 될 각기 다른 계절이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속에 다가갈지 문득 궁금해지는 작품이다.